FELLOW STORY

일상을 혁신하는 사람들, 뷰티풀펠로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BEAUTIFUL FELLOW

일상을 혁신하는 사람들, 뷰티풀펠로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김현정 어콜렉티브 대표

모두에게 가꾸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

“지속가능한 미식은 나와 우리가 다같이 잘 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속 자신을 돌보는 일이란 말처럼 쉽지 않다. 도시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내려간 김현정 펠로우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일구는 농부들의 삶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또 그들이 간직하는 ‘토종 곡물’에서 삶과 식문화의 다양성을 발견하고, 나와 우리의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일을 꿈꾸게 되었다. 그렇게 충남 공주에서 곡물집이라는 공간을 열고, 농부들이 애써서 지켜온 토종 곡물의 가능성을 펼쳐 보고자 마음 먹었다. 곡물집의 그로서리 카페는 쇼룸이자 지역 농부들에게 공급받은 작물로 음료와 디저트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누구나 다양한 토종 곡물을 체험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미식’이라는 주제로 식(食)경험을 디자인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농부와 소비자를 연결한다. 토종 곡물에 주목하며 사람과 환경이 모두 지속가능한 오늘을 만들어가는 어콜렉티브 김현정 대표를 만나보자.


어콜렉티브(Acollective)’가 ‘공동’, ‘협력’이라는 뜻을 담았다면 브랜드명인 ‘곡물집’에는 ‘모을 집(集)’을 사용했어요.

‘집(集)’은 (1)모으다, 모이다 (2)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3)도달하다, 이루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콜렉티브는 토종곡물을 ‘탐구를 통해’ 모으고, 토종곡물의 ‘탐구를 위해’ 모이는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곧 ‘지속 가능성에 도달하고, 이루는 것’ 이라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즈니스를 진행하면서 각계각층 크리에이터들과의 아웃풋을 만들고 싶었어요. 여러 콘텐츠를 모으고 연결한다는 지점도 있고 나 자신과 본인의 삶을 둘러싼 주변을 가꾸는 마음, 한 명 한 명의 가꾸는 마음을 모은달까요. 또 우리 비즈니스의 굵직한 맥락이 다양한 활동들이 모여 시너지를 낸다는 점인데요. 집(Home)으로 모인다는 뜻의 이중성에 재미의 요소를 두기도 했습니다.


로컬비즈니스의 아이템으로 ‘토종 곡물’을 선택했습니다. 토종 곡물과 일반 곡물은 어떻게 다른가요?

토종 곡물은 어떤 한 지역에서 오래 재배되면서 그 지역에 정착된, 대대로 내려오는 고유한 작물이라 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 종자여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 차이가 존재하지만, 외국 종자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토양에 적응해 대대로 생산되는 작물도 있거든요. 저희는 우리나라 지역에서 대대로 물려 내려오면서 정착하고 환경에 맞게 개선이 되는 의미에서의 토종 곡물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곡물집은 단순히 토종 곡물을 넘어 식문화에 대한 다양성과 이것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다루며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종에 대한 주권 차원에서 ‘토종’은 건강한 식문화를 이야기하기에 좋은 소재라고 생각해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곡물집에서 선보이는 토종 곡물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곡물집을 시작할 때는 농부님들과 전문가를 통해 녹두나 율무 등 골고루 선보였다면, 지금은 쌀과 콩류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요. 그 이유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곡물이 쌀과 콩인데 ‘이렇게 다양한 종류가 있었구나’ 하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가장 익숙하지만, 우리가 몰랐던 것들을요. 쌀과 콩류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라 생각해 20가지 정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이 아니어도 곡물집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토종 곡물과 공정무역 커피 원두를 블렌딩한 커피백이나, 소분해서 판매하는 곡물 등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우리의 활동을 묶어낸 연감을 주문 시 같이 제공해드리고 있어서 많이 이용해주시면 좋겠네요.(웃음) 사실 식경험 프로그램 속에는 의외의 곡물이 많은데, 예를 들어 앉은키밀의 경우 보통 분쇄해서 밀가루로 사용하지만 잡곡밥으로 만들어서 먹어보는 거죠. 식감이 좋고, 글루텐 함량이 낮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밀쌀을 이용해 밥을 지어보시기를 추천드려요.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거예요.

ⓒ어콜렉티브

“농업씬이 가지고 있는 많은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토종 곡물의 이야기를 ‘곡물집’이라는 쇼룸 공간으로 풀어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이야기 하는 다양성, 그리고 식문화에 대한 콘텐츠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실제 물리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구체적인 운동성이 담긴 메세지가 아니고서는 자칫하면 사람들에게 무겁게 닿거나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우리의 메세지가 캐주얼하고 감성적으로 전달되려면 콘텐츠들이 잘 구현된 공간에 방문함으로써 충분히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공간감을 갖고 시작하게 됐어요.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진열된 제품들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했고, 공감과 호감을 많이 얻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곡물을 쇼케이스 전시 형식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곡물을 보여주는 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패키지 디자인도 그렇고, 곡물집 SNS를 보다보면 트렌디한 느낌, 소위 말해 ‘힙하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요. 디자인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요?

우리가 다루는 소재가 농업, 토종이다 보니 이런 키워드들이 갖는 전통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요. 그렇기에 정반대된 느낌의 캐주얼한 디자인으로 다가가고자 했습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토종에 대한 인식, 이를테면 ‘우리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농업이 처한 상황이 힘드니 도와야 한다’ 등의 운동적인 메세지는 직접적으로 닿을 때 피로감을 줄 수 있고 오히려 중요성에 대한 인지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거든요. 일상에서 만났을 때 호감으로 다가오고, 경험하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면 무엇인지 모르더라도 그 안을 들여다봄으로써 무수한 내용들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고 판단한거죠. 

그런 거 있잖아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예뻐서 친구한테 선물하고 싶은 그런 거. 안을 열었을 때 콩이 들었고, ‘오, 이게 무슨 콩인데?’ 생각하게 되고 본인들의 생활까지 변화될 수 있는 계기의 접점을 만들고 싶었어요.


소비자들이 토종 곡물, 농산물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가꿀 수 있도록 소비자와 농부를 이어주는 접점의 역할을 하고 계신데요. 기억에 남는 반응 혹은 변화가 있나요?

농업씬이 가지고 있는 많은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생산물들을 다른 방식으로 제품화 해보고, 농가체험도 기존과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해 실제 농가의 이야기가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지금의 세대는 이전과 달리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농산물을 소비하고 있어요. 한번은 젊은 신혼부부가 매장에 와서 제품을 쭉 둘러보더니 ‘오늘 저녁은 200그램 짜리 쌀과 콩으로 먹어보자’며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해 가시더라고요. 다양한 곡물을 가볍게, 조금씩 지금의 생활에서 반영해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곡물집을 만들면서 바라던 그림이었기에 인상적이었죠. 

그리고 어렵게 토종을 이어서 지켜나가고 있는 농부님들 역시 그럴듯하게 차려진 공간에서 자신의 농산물이 예쁘게 포장되어 보여지는 것만으로도 좋아하셨어요. 토종 곡물이 계속 이어지고 지켜져서 존재해야만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활동해 온 분들이고, 그 땅에 토종 곡물이 아닌 다른 걸 심으면 더 많은 생산량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핀잔과 핍박 속에 이제야 인정받는 기분이 드셨나봐요.

ⓒ어콜렉티브

“지속가능한 미식이란 곧 사람과 환경 모두 ‘지속가능하기 위한’ 미식.”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토종 씨앗의 가치’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 글에서는 토종 씨앗은 지역마다 풍토가 다르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가장 예민한 것은 물론, 식량위기에 대응해 자급자족, 공동체 나눔 정신, 지역의 문화와 언어까지 지켜낼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기후위기 측면에서 토종씨앗의 힘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기후위기는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인간에게는 위험으로 다가온다는 걸 여러 피해를 입으면서 더욱 실감하게 됩니다. 상상만 했던 일들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어요. 기후위기로 다른 환경이 주어졌을 때 그 환경에서도 자랄 수 있는 작물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농업씬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다보니 가성비가 떨어지는 작물은 제외되고 있어요. 생산 효율이 좋은 작물들만 주로 재배되어 작물의 다양성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고요. 지금 같은 기후위기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작물이 보존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임에도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지난 세기에 채소 생물종의 75%를 잃었고 가축종 다양성은 33%나 줄었다고 해요. 그 결과 세계 식량의 95%가 30가지 미만의 작물로 공급되고, 인류 음식의 75%가 식량 작물 12종과 가축 5종으로 해결되고 있고요. 

물론 토종 씨앗의 중요성을 생물자원 자체의 중요성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토종’은 과거의 유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식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유의 맛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문화자원이라고 생각해요. 기존 생태계를 유지하는 토종이 사라지면 그 생태계는 완전히 이질적인 생태계로 변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토종 종자에서 유래한 지역의 식문화적인 정체성이 사라질 수도 있고요. 단순히 종자의 우수성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다양성의 가치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심각한 기후위기가 도래한 현 시점에서, 다양한 곡물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해요. 급변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작물을 유지하고 보존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곧 식량위기가 닥칠 것이고, 여러 자본주의적 요소로 인해 돈이 많은 사람들만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올지도 모르죠. 더 이상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지도 몰라요. 효율성이 없더라도 지켜나가야 하는 이유가 더 절실히 나타나고, 오히려 대중에게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 같아요.


2016년 UN은 매년 6월 18일을 ‘지속가능한 미식의 날’로 정했다고 하던데요. 지난 6월, 곡물집에서도 이틀간 ‘곡물집 아카데미: 미식감각’이라는 아카데미를 진행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식’에 대해 정의해주신다면요?

미식이라는 건 좋은 음식을 먹는 행위이기도 하고, 음식과 문화의 관계,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기술, 특정 지역의 조리 방식 등에 관한 연구를 포함하는 말이기도 한데요. 지속가능한 미식은 재료의 출처와 생산 방법, 유통 방식부터 궁극적으로 우리의 식탁 위에 올려지는 요리까지 모든 과정과 분야를 고려한 미식을 말해요. 전 세계적으로 현재 우리가 누리는 먹거리와 환경을 다음 세대도 누릴 수 있을지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곡물집도 현재의 미식을 미래에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지난 아카데미에서 ‘자연-농부-기획자-요리사-식탁’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경험할 수 있는 워크숍과 연사 토크를 진행했어요. 

지속가능한 미식은 더 넓은 범주에서 볼 때 ‘지속가능하기 위한’ 미식인 것 같아요. 상징적으로 설명한다면, 지속가능한 미식은 나와 우리가 함께 사는 방법인거죠. 유일한 방법. 지속가능한 미식을 실천하려면 환경에도 관심이 있어 하고, 그 환경과 내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저 멀리 바다에 고래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등 생각이 계속 확장되거든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차원을 내포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지속가능한 미식은 곧 다같이 잘 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입니다.


어콜렉티브는 토종 곡물을 넘어 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식 경험'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미식 경험을 왜 중요한 가치로 보시는지요?

저희는 곡물 경험 브랜드로서 농부, 셰프, 디자이너, 아티스트, 인문학자, 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해서 ‘미식(美食) 경험’을 디자인하는 걸 추구하고 있어요. 미식 경험을 중요한 가치로 본다기 보다는, ‘미식’이라는 부분을 맛이나 식재료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식경험의 영역을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미식 경험이라는 단어는 생소하지만, 점차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저희는 식문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이러한 콘텐츠를 경험하는 범위를 식경험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식 경험에서 중요한 건 좋고 나쁘고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개개인이 어떻게 경험했는지,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했는지예요. 다양성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 건강한 키워드잖아요. 토종 작물이 가진 다양성을 제품이나 콘텐츠로 개발하는 것도 사람들이 다양성을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취향과 다른 사람의 취향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콜렉티브

곡물집이라는 공간이 대안문화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드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오시는 분들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곡물집에 오시는 분들은 농업씬이나 이 영역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고 있거나, 혹은 새롭게 경험하고 싶어서 오는 것 같아요. 단지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해 먹는 시대는 지났고, 요즘은 먹는 것을 일상의 경험이자 나를 구성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 같달까요. 곡물집에도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 분들이 많이 오시는데요, ‘내가 무엇을 먹는지가 곧 내가 누구인지 이야기한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세대라고 느껴요. 이런 분들에게는 호감을 주면서 경험하고 싶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또 이전부터 이 영역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소속감을 갖고 같이 하고 싶은 계기를 만들어주는 부분이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토종 곡물로 만든 식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있어요. ‘지속가능한 미식’ 등을 주제로 포럼을 진행하거나, 인문학 강연과 공연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데시그램북스이라는 작은 책방도 있고요. 곡물집 공간을 방문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안정적인 공간 경험을 제공하고자 지난해부터 ‘곡물집 미식 경험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해요. ‘지속가능한 농업, 로컬푸드를 활용한 F&B 메뉴 및 제품 개발, 브랜딩 & 디자인, 커뮤니티/프로그램 기획, 사회적기업 창업과 비즈니스모델, 토종 곡물 생태계 활성화 사례’를 주제로 함께 인사이트를 나누는 프로그램인데, 지금까지 공주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단체가 참가했어요.


곡물집은 토종 곡물을 매개로 식경험 디자인, 더 나아가 하나의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공주미식학교 등 어콜렉티브가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궁금합니다.

우리의 비전은 토종 곡물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미식 분야의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독창적인 플랫폼이 되는 거예요. 이 플랫폼 자체를 ‘미식학교(가칭)’라고 지칭하고 있는 것이고, 농업 씬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시스템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체계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게 우리의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농업 영역에서 가지고 있는 여러 가치나 중요성을 한층 업그레이드 된 콘텐츠로 선보이고 싶어요. 사용자들이 편안한 방법으로 경험할 수 있게끔 제공한다면 현재에는 없는 새로운 직업, 새로운 영역의 사업들이 더 생겨나지 않을까요. 

현재 지역에서 다양한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토종 곡물의 생산과 유통 활성화 방안 등을 위해 공주시 지역생산자와 협업할뿐 아니라 지역 기관들과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역의 농업 특성화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하고요. 토종 곡물의 가치를 이어가면서 사람과 환경이 모두 지속가능한 지역 비즈니스를 만들고 싶어요. 토종 곡물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지속가능한 미식 사업이 다양한 영역에서 로컬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대표적인 향토 식(食)문화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일에 치이고, 바쁘게 달리는 삶을 살다보면 ‘스스로 가꾸는 삶’을 영위하기 어렵잖아요. 도시에서도 농촌과 이어지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을 추천해주신다면요?

최근에는 지역마다 인구 소멸위기 대응 정책의 일환으로 지역을 탐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하루, 일주일, 한 달이라도 지역의 소도시나 농촌을 직접 경험해보고 지역과 로컬에 존재하는 다양한 기회를 탐색하도록 지역의 프로그램을 잘 활용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아름다운가게

“나에게 뷰티풀펠로우란 ‘확신’”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 13기로 선정되었습니다. 뷰티풀펠로우로 함께하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농부님들이 곡물집을 통해 지난 노고를 인정받은 느낌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셨던 것처럼, 제게는 뷰티풀펠로우 선정이 그런 의미입니다. 저희는 주체적인 일자리 창출이라거나, 소외계층에 무엇을 제공하는 등 구체적으로 나타나지지 않는 생활문화에 속해 있는 영역이다보니 농업 씬에 계신 분들 중에서도 우리의 활동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토종 곡물을 얼마나 팔았는지 질문하는 경우도 마주하면서 한계를 느끼곤 했거든요. 

그리고 식문화와 식경험 전반에 대한 큰 방향성을 두고 다른 뷰티풀펠로우 분들과도 접점을 만들고 싶어요. 같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으면 연결되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뷰티풀펠로우는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체계가 있고, 그런 기회들 속에서 서로의 영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제가 생각지 못한 어떤 새로운 장르와의 접점이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른 펠로우들이 하는 활동이 진심으로 궁금하고, 어떤 목적을 갖고 계신지, 어떤 협업의 기회와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토종 곡물이라는 소재를 다양하게 다루며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마음으로 곡물집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아름다운가게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 우리의 내용을 들어주시고, 생각보다 더 많은 질문을 해주셔서 스스로 관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다층적인 시선으로 곡물집을 바라보고 선정해주신 게 그동안의 고충,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에 대한 질문에 답을 얻은 기회였어요. 이 확신을 가지고 뷰티풀펠로우로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고 싶습니다.

김현정 어콜렉티브 대표

모두에게 가꾸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지속가능한 미식은 나와 우리가 다같이 잘 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속 자신을 돌보는 일이란 말처럼 쉽지 않다. 도시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내려간 김현정 펠로우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일구는 농부들의 삶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또 그들이 간직하는 ‘토종 곡물’에서 삶과 식문화의 다양성을 발견하고, 나와 우리의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일을 꿈꾸게 되었다. 그렇게 충남 공주에서 곡물집이라는 공간을 열고, 농부들이 애써서 지켜온 토종 곡물의 가능성을 펼쳐 보고자 마음 먹었다. 곡물집의 그로서리 카페는 쇼룸이자 지역 농부들에게 공급받은 작물로 음료와 디저트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누구나 다양한 토종 곡물을 체험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미식’이라는 주제로 식(食)경험을 디자인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농부와 소비자를 연결한다. 토종 곡물에 주목하며 사람과 환경이 모두 지속가능한 오늘을 만들어가는 어콜렉티브 김현정 대표를 만나보자.


어콜렉티브(Acollective)’가 ‘공동’, ‘협력’이라는 뜻을 담았다면 브랜드명인 ‘곡물집’에는 ‘모을 집(集)’을 사용했어요. 

 ‘집(集)’은 (1)모으다, 모이다 (2)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3)도달하다, 이루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콜렉티브는 토종곡물을 ‘탐구를 통해’ 모으고, 토종곡물의 ‘탐구를 위해’ 모이는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곧 ‘지속 가능성에 도달하고, 이루는 것’ 이라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즈니스를 진행하면서 각계각층 크리에이터들과의 아웃풋을 만들고 싶었어요. 여러 콘텐츠를 모으고 연결한다는 지점도 있고 나 자신과 본인의 삶을 둘러싼 주변을 가꾸는 마음, 한 명 한 명의 가꾸는 마음을 모은달까요. 또 우리 비즈니스의 굵직한 맥락이 다양한 활동들이 모여 시너지를 낸다는 점인데요. 집(Home)으로 모인다는 뜻의 이중성에 재미의 요소를 두기도 했습니다. 


로컬비즈니스의 아이템으로 ‘토종 곡물’을 선택했습니다. 토종 곡물과 일반 곡물은 어떻게 다른가요?

토종 곡물은 어떤 한 지역에서 오래 재배되면서 그 지역에 정착된, 대대로 내려오는 고유한 작물이라 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 종자여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 차이가 존재하지만, 외국 종자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토양에 적응해 대대로 생산되는 작물도 있거든요. 저희는 우리나라 지역에서 대대로 물려 내려오면서 정착하고 환경에 맞게 개선이 되는 의미에서의 토종 곡물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곡물집은 단순히 토종 곡물을 넘어 식문화에 대한 다양성과 이것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다루며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종에 대한 주권 차원에서 ‘토종’은 건강한 식문화를 이야기하기에 좋은 소재라고 생각해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곡물집에서 선보이는 토종 곡물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곡물집을 시작할 때는 농부님들과 전문가를 통해 녹두나 율무 등 골고루 선보였다면, 지금은 쌀과 콩류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요. 그 이유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곡물이 쌀과 콩인데 ‘이렇게 다양한 종류가 있었구나’ 하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가장 익숙하지만, 우리가 몰랐던 것들을요. 쌀과 콩류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라 생각해 20가지 정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이 아니어도 곡물집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토종 곡물과 공정무역 커피 원두를 블렌딩한 커피백이나, 소분해서 판매하는 곡물 등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우리의 활동을 묶어낸 연감을 주문 시 같이 제공해드리고 있어서 많이 이용해주시면 좋겠네요.(웃음) 사실 식경험 프로그램 속에는 의외의 곡물이 많은데, 예를 들어 앉은키밀의 경우 보통 분쇄해서 밀가루로 사용하지만 잡곡밥으로 만들어서 먹어보는 거죠. 식감이 좋고, 글루텐 함량이 낮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밀쌀을 이용해 밥을 지어보시기를 추천드려요.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거예요. 

ⓒ어콜렉티브

“농업씬이 가지고 있는 많은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토종 곡물의 이야기를 ‘곡물집’이라는 쇼룸 공간으로 풀어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이야기 하는 다양성, 그리고 식문화에 대한 콘텐츠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실제 물리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구체적인 운동성이 담긴 메세지가 아니고서는 자칫하면 사람들에게 무겁게 닿거나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우리의 메세지가 캐주얼하고 감성적으로 전달되려면 콘텐츠들이 잘 구현된 공간에 방문함으로써 충분히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공간감을 갖고 시작하게 됐어요.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진열된 제품들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했고, 공감과 호감을 많이 얻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곡물을 쇼케이스 전시 형식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곡물을 보여주는 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패키지 디자인도 그렇고, 곡물집 SNS를 보다보면 트렌디한 느낌, 소위 말해 ‘힙하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요. 디자인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요? 

우리가 다루는 소재가 농업, 토종이다 보니 이런 키워드들이 갖는 전통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요. 그렇기에 정반대된 느낌의 캐주얼한 디자인으로 다가가고자 했습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토종에 대한 인식, 이를테면 ‘우리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농업이 처한 상황이 힘드니 도와야 한다’ 등의 운동적인 메세지는 직접적으로 닿을 때 피로감을 줄 수 있고 오히려 중요성에 대한 인지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거든요. 일상에서 만났을 때 호감으로 다가오고, 경험하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면 무엇인지 모르더라도 그 안을 들여다봄으로써 무수한 내용들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고 판단한거죠. 

그런 거 있잖아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예뻐서 친구한테 선물하고 싶은 그런 거. 안을 열었을 때 콩이 들었고, ‘오, 이게 무슨 콩인데?’ 생각하게 되고 본인들의 생활까지 변화될 수 있는 계기의 접점을 만들고 싶었어요.


소비자들이 토종 곡물, 농산물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가꿀 수 있도록 소비자와 농부를 이어주는 접점의 역할을 하고 계신데요. 기억에 남는 반응 혹은 변화가 있나요? 

농업씬이 가지고 있는 많은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생산물들을 다른 방식으로 제품화 해보고, 농가체험도 기존과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해 실제 농가의 이야기가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지금의 세대는 이전과 달리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농산물을 소비하고 있어요. 한번은 젊은 신혼부부가 매장에 와서 제품을 쭉 둘러보더니 ‘오늘 저녁은 200그램 짜리 쌀과 콩으로 먹어보자’며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해 가시더라고요. 다양한 곡물을 가볍게, 조금씩 지금의 생활에서 반영해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곡물집을 만들면서 바라던 그림이었기에 인상적이었죠. 

그리고 어렵게 토종을 이어서 지켜나가고 있는 농부님들 역시 그럴듯하게 차려진 공간에서 자신의 농산물이 예쁘게 포장되어 보여지는 것만으로도 좋아하셨어요. 토종 곡물이 계속 이어지고 지켜져서 존재해야만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활동해 온 분들이고, 그 땅에 토종 곡물이 아닌 다른 걸 심으면 더 많은 생산량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핀잔과 핍박 속에 이제야 인정받는 기분이 드셨나봐요. 

ⓒ어콜렉티브

“지속가능한 미식이란 곧 사람과 환경 모두 ‘지속가능하기 위한’ 미식.”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토종 씨앗의 가치’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 글에서는 토종 씨앗은 지역마다 풍토가 다르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가장 예민한 것은 물론, 식량위기에 대응해 자급자족, 공동체 나눔 정신, 지역의 문화와 언어까지 지켜낼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기후위기 측면에서 토종씨앗의 힘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기후위기는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인간에게는 위험으로 다가온다는 걸 여러 피해를 입으면서 더욱 실감하게 됩니다. 상상만 했던 일들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어요. 기후위기로 다른 환경이 주어졌을 때 그 환경에서도 자랄 수 있는 작물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농업씬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다보니 가성비가 떨어지는 작물은 제외되고 있어요. 생산 효율이 좋은 작물들만 주로 재배되어 작물의 다양성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고요. 지금 같은 기후위기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작물이 보존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임에도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지난 세기에 채소 생물종의 75%를 잃었고 가축종 다양성은 33%나 줄었다고 해요. 그 결과 세계 식량의 95%가 30가지 미만의 작물로 공급되고, 인류 음식의 75%가 식량 작물 12종과 가축 5종으로 해결되고 있고요. 

물론 토종 씨앗의 중요성을 생물자원 자체의 중요성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토종’은 과거의 유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식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유의 맛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문화자원이라고 생각해요. 기존 생태계를 유지하는 토종이 사라지면 그 생태계는 완전히 이질적인 생태계로 변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토종 종자에서 유래한 지역의 식문화적인 정체성이 사라질 수도 있고요. 단순히 종자의 우수성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다양성의 가치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심각한 기후위기가 도래한 현 시점에서, 다양한 곡물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해요. 급변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작물을 유지하고 보존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곧 식량위기가 닥칠 것이고, 여러 자본주의적 요소로 인해 돈이 많은 사람들만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올지도 모르죠. 더 이상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지도 몰라요. 효율성이 없더라도 지켜나가야 하는 이유가 더 절실히 나타나고, 오히려 대중에게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 같아요. 


2016년 UN은 매년 6월 18일을 ‘지속가능한 미식의 날’로 정했다고 하던데요. 지난 6월, 곡물집에서도 이틀간 ‘곡물집 아카데미: 미식감각’이라는 아카데미를 진행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식’에 대해 정의해주신다면요? 

미식이라는 건 좋은 음식을 먹는 행위이기도 하고, 음식과 문화의 관계,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기술, 특정 지역의 조리 방식 등에 관한 연구를 포함하는 말이기도 한데요. 지속가능한 미식은 재료의 출처와 생산 방법, 유통 방식부터 궁극적으로 우리의 식탁 위에 올려지는 요리까지 모든 과정과 분야를 고려한 미식을 말해요. 전 세계적으로 현재 우리가 누리는 먹거리와 환경을 다음 세대도 누릴 수 있을지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곡물집도 현재의 미식을 미래에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지난 아카데미에서 ‘자연-농부-기획자-요리사-식탁’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경험할 수 있는 워크숍과 연사 토크를 진행했어요. 

지속가능한 미식은 더 넓은 범주에서 볼 때 ‘지속가능하기 위한’ 미식인 것 같아요. 상징적으로 설명한다면, 지속가능한 미식은 나와 우리가 함께 사는 방법인거죠. 유일한 방법. 지속가능한 미식을 실천하려면 환경에도 관심이 있어 하고, 그 환경과 내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저 멀리 바다에 고래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등 생각이 계속 확장되거든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차원을 내포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지속가능한 미식은 곧 다같이 잘 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입니다.


어콜렉티브는 토종 곡물을 넘어 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식 경험'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미식 경험을 왜 중요한 가치로 보시는지요? 

저희는 곡물 경험 브랜드로서 농부, 셰프, 디자이너, 아티스트, 인문학자, 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해서 ‘미식(美食) 경험’을 디자인하는 걸 추구하고 있어요. 미식 경험을 중요한 가치로 본다기 보다는, ‘미식’이라는 부분을 맛이나 식재료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식경험의 영역을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미식 경험이라는 단어는 생소하지만, 점차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저희는 식문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이러한 콘텐츠를 경험하는 범위를 식경험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식 경험에서 중요한 건 좋고 나쁘고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개개인이 어떻게 경험했는지,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했는지예요. 다양성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 건강한 키워드잖아요. 토종 작물이 가진 다양성을 제품이나 콘텐츠로 개발하는 것도 사람들이 다양성을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취향과 다른 사람의 취향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콜렉티브

곡물집이라는 공간이 대안문화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드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오시는 분들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곡물집에 오시는 분들은 농업씬이나 이 영역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고 있거나, 혹은 새롭게 경험하고 싶어서 오는 것 같아요. 단지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해 먹는 시대는 지났고, 요즘은 먹는 것을 일상의 경험이자 나를 구성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 같달까요. 곡물집에도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 분들이 많이 오시는데요, ‘내가 무엇을 먹는지가 곧 내가 누구인지 이야기한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세대라고 느껴요. 이런 분들에게는 호감을 주면서 경험하고 싶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또 이전부터 이 영역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소속감을 갖고 같이 하고 싶은 계기를 만들어주는 부분이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토종 곡물로 만든 식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있어요. ‘지속가능한 미식’ 등을 주제로 포럼을 진행하거나, 인문학 강연과 공연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데시그램북스이라는 작은 책방도 있고요. 곡물집 공간을 방문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안정적인 공간 경험을 제공하고자 지난해부터 ‘곡물집 미식 경험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해요. ‘지속가능한 농업, 로컬푸드를 활용한 F&B 메뉴 및 제품 개발, 브랜딩 & 디자인, 커뮤니티/프로그램 기획, 사회적기업 창업과 비즈니스모델, 토종 곡물 생태계 활성화 사례’를 주제로 함께 인사이트를 나누는 프로그램인데, 지금까지 공주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단체가 참가했어요. 


곡물집은 토종 곡물을 매개로 식경험 디자인, 더 나아가 하나의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공주미식학교 등 어콜렉티브가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궁금합니다. 

우리의 비전은 토종 곡물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미식 분야의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독창적인 플랫폼이 되는 거예요. 이 플랫폼 자체를 ‘미식학교(가칭)’라고 지칭하고 있는 것이고, 농업 씬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시스템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체계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게 우리의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농업 영역에서 가지고 있는 여러 가치나 중요성을 한층 업그레이드 된 콘텐츠로 선보이고 싶어요. 사용자들이 편안한 방법으로 경험할 수 있게끔 제공한다면 현재에는 없는 새로운 직업, 새로운 영역의 사업들이 더 생겨나지 않을까요. 

현재 지역에서 다양한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토종 곡물의 생산과 유통 활성화 방안 등을 위해 공주시 지역생산자와 협업할뿐 아니라 지역 기관들과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역의 농업 특성화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하고요. 토종 곡물의 가치를 이어가면서 사람과 환경이 모두 지속가능한 지역 비즈니스를 만들고 싶어요. 토종 곡물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지속가능한 미식 사업이 다양한 영역에서 로컬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대표적인 향토 식(食)문화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일에 치이고, 바쁘게 달리는 삶을 살다보면 ‘스스로 가꾸는 삶’을 영위하기 어렵잖아요. 도시에서도 농촌과 이어지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을 추천해주신다면요? 

최근에는 지역마다 인구 소멸위기 대응 정책의 일환으로 지역을 탐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하루, 일주일, 한 달이라도 지역의 소도시나 농촌을 직접 경험해보고 지역과 로컬에 존재하는 다양한 기회를 탐색하도록 지역의 프로그램을 잘 활용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아름다운가게

“나에게 뷰티풀펠로우란 ‘확신’”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 13기로 선정되었습니다. 뷰티풀펠로우로 함께하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농부님들이 곡물집을 통해 지난 노고를 인정받은 느낌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셨던 것처럼, 제게는 뷰티풀펠로우 선정이 그런 의미입니다. 저희는 주체적인 일자리 창출이라거나, 소외계층에 무엇을 제공하는 등 구체적으로 나타나지지 않는 생활문화에 속해 있는 영역이다보니 농업 씬에 계신 분들 중에서도 우리의 활동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토종 곡물을 얼마나 팔았는지 질문하는 경우도 마주하면서 한계를 느끼곤 했거든요. 

그리고 식문화와 식경험 전반에 대한 큰 방향성을 두고 다른 뷰티풀펠로우 분들과도 접점을 만들고 싶어요. 같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으면 연결되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뷰티풀펠로우는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체계가 있고, 그런 기회들 속에서 서로의 영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제가 생각지 못한 어떤 새로운 장르와의 접점이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른 펠로우들이 하는 활동이 진심으로 궁금하고, 어떤 목적을 갖고 계신지, 어떤 협업의 기회와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토종 곡물이라는 소재를 다양하게 다루며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마음으로 곡물집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아름다운가게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 우리의 내용을 들어주시고, 생각보다 더 많은 질문을 해주셔서 스스로 관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다층적인 시선으로 곡물집을 바라보고 선정해주신 게 그동안의 고충,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에 대한 질문에 답을 얻은 기회였어요. 이 확신을 가지고 뷰티풀펠로우로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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