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하시는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농부들과의 만남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정보화마을 운영사업단에서 일하며 100여 개의 농촌마을을 방문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중소규모, 영세한 규모로 농사짓는 농부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농사를 짓기 위해 빚을 낸다는 것과, 유통 시세에 따라 도박에 가까운 농사를 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 몇 해를 만나왔던 농부 중 한 분이 친환경 농사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았고, 이분들의 문제가 곧 이것들을 먹게 될 나와 내 가족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 어떤 농부는 계속해서 농사를 짓기 위해 마트로, 공사장으로 다른 일을 찾아 나서기도 했습니다.
농부의 불안감 해소 = 더 나은 먹거리
우리가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수 없게 되는 것은 결국 농부의 불안 때문입니다. 영농 자금 마련을 위해 빚을 내는 대부분의 중소농, 영세농은 빚을 갚기 위해 농사를 짓지만 현재의 유통구조 안에서는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판매는 다 될지 항상 불안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부는 최대 수확만을 목표로 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정된 땅에서 최대 수확을 하기 위해서는 단일 종자, 농약, 화학비료 등을 사용한 농사를 지어야 하고, 이것은 땅의 문제, 지속 가능하지 못한 농사로 이어지게 됩니다. 단순히 먹거리 유통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현장의 농부 문제를 같이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보다 나은 먹거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농부가 별다른 걱정 없이 농사짓고, 그로 인해 우리는 조금 더 나은 먹거리를 먹을 수는 없을까? 제가 만난 정직한 농부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 희생되는 유통구조가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덕분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는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