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하시는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텃밭과 발달장애인의 만남
동구밭은 2013년 인액터스 동아리에서 도시농업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4명이 모여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창업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고, “누구를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라고 할 만큼 천성이 착한 사람들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세상에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텃밭을 가꾸던 중 우연히 부모님 손에 매주 이끌려 나오는 발달장애인을 만나게 되었고, 도시농업으로 발달장애인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고민이 발전을 거듭해 지금까지 성장해왔습니다.
유일한 친구
주변에 친구가 몇 명이나 있으신가요? 통계에 따르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평균 50~100명의 친구를 만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친구를 사귀는 것이 영원한 숙제인 사람들도 있습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분들이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발달장애인 3명 중 2명은 친구가 한 명도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사회성이 발달한 발달장애인도 대부분 같은 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을 친구로 두고 있습니다. 장애인 부모님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순호 씨는 우리 아이를 언제까지 기억할 겁니까?” 그 질문에 “계속 기억해야죠”라고 고민 없이 답했습니다. “순호 씨는 살다 보면 곧 잊게 될 거예요. 하지만 우리 아이는 순호 씨를 평생 기억할 거예요. 순호 씨 같으면 평생 친구라고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 얼굴을 잊을 수 있겠어요?” 저는 발달장애인 한 사람의 유일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때 인연을 맺었던 친구 5명은 지금도 텃밭을 가꾸고 있으며 그중 2명은 동구밭 팩토리에 고용되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하여
성인 발달장애인의 문제는 고용률이 아닌 근속 개월 수에 초점을 두어야 비로소 문제가 보입니다. 발달장애인은 전체 장애인의 약 10%에 미치는 근속 개월 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구밭은 1명의 비장애인 친구가 1년의 근속 개월 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텃밭에서 만난 발달장애인과 함께 정년이 보장되는 일터를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