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하시는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던 소년, 사회적경제에 발을 담그다
어린 시절에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고 결국엔 원하던 대학에 입학하여 영화와 멀티미디어를 전공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영화진흥위원회 공모에서 당선을 하면서 남들보다 빨리 데뷔할 수 있는 기회도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저의 영화도 투자사의 결정으로 흔히 ‘엎어진다’고 말하는 제작 중단을 경험하게 됩니다. 급하게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마침 모교에서 Art&Technology 통섭교육 연구소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겨우 취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잠시 동안만 있다가 다시 영화판으로 돌아가리라는 전제를 스스로에게 달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조금씩 적응해가며 일에 재미를 붙일 무렵, 문화부에서 갑작스럽게 연구 예산 전액을 삭감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결국 직장은 폐쇄되었고, 저는 원했던 잠시 동안의 시간이 이미 끝이 났지만 다시 떠나왔던 곳으로 돌아가기를 망설였습니다. 이때 큰 전향을 결심합니다. 평소부터 알고 있었던 사회적기업 노리단이 미디어 신사업단을 조직하고 있었고, 여기에 미리 합류한 지인으로부터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저는 사회적기업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때였습니다. 거기에다가 계약서를 보니 월급도 반 토막 나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당분간만…”이라는 전제는 달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사회적 경제에 발을 담그게 되었고 7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모극장의 시작
처음 모극장을 시작할 때에는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에서 흔히 말하는 ‘소셜미션’을 고민하기보다, 사회적 경제 조직 모델에 관심이 더 있었고, 특히 협동조합에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2010년부터 몇몇 지인들과 협동조합 스터디를 진행하였고,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국회를 통화하게 되면서는 본격적으로 모극장의 설립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모극장의 시작은 우리가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지목하는 문제가 ‘해결 가능한’것인 것, 전혀 앞뒤를 돌아보지 않고 시작했습니다. 영화노동자와 창작자들의 생활기본권을 위한 경제적 활동이 필요하다는 첫 번째 이유와 다수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협동조합을 통해 해결될 수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 그리고 불특정한 누군가를 향한 알 수 없는 분노감과 무력감에서 벗어나고자 설립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 솔직한 이유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영화산업에 대한 문제점들을 하나둘씩 살펴보고 분석하게 되었고, 단순히 수직계열화와 스크린 독과점뿐만 아니라, 불공정한 시장 환경이 조성될 수밖에 없는 정부 정책의 한계, 점차 왜소화되어가는 관객 문화 등 여러 상황들을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각종 정책적 사태를 통해 문화예술계를 관통하는 숨겨진 적폐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서는 1차적으로 정부 정책의 변화와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겠지만, 이와 함께 영화인과 관객들의 자생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