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라잔 펠로우 인터뷰

202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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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잔 Rajan Chakradhar│ 업사이클네팔 Upcycle Nepal



아시아 뷰티풀펠로우로 함께한 지난 2년은 어땠나요?

 아시아 뷰티풀펠로우는 저와 업사이클네팔 모두에게 의미가 컸어요. 네팔에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제가 한국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는 건 정말 큰 의미였어요. 업사이클네팔은 현지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운영적으로도, 재정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도 더 강력한 기반이 필요했거든요. 펠로우십을 통해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난 2년은 성장의 시간이었어요. 특히 월간보고서를 쓰면서 제가 한 일을 기록하고 목표를 세우는 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렇게 업무를 기록해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낯설기도 했는데, 이제는 습관처럼 어떤 일이 진행됐는지 정리하고 앞으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생각해요. 보고서를 보면 제가 해온 일이 이렇게 한눈에 보이잖아요. 잘한 것도 있고 부족했던 것도 있지만, 이건 결국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볼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었어요. 그리고 이걸 통해 제가 가장 크게 느낀 변화도 그거였어요.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건 거창한 게 아니라 아주 작은 것들이 쌓이는 것이더라구요. 그 작은 것들이 모여서 더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거죠.   


 펠로우십을 통해 리더이자 전략가로서 역량을 한층 더 키울 수 있었는데요. 지속가능성을 단순히 환경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와 지역사회, 그리고 순환적 가치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통합적인 모델로 접근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큰 전환점이 되었는데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회복탄력성과 더불어 조직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법을 익혔어요. 그 과정에서 저의 강점과 한계를 마주하며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죠.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리더십이란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구성원들과 공감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는 걸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업사이클네팔은 폐기물 수거부터 제품 제작, 인식 개선 교육 프로그램까지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함께해왔잖아요. 함께한 이들의 변화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요? 

업사이클네팔의 활동은 폐기물 수거업에 종사하는 분과 수공예 장인부터 소비자와 지역정부 파트너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닿아 있어요. 우리의 여정은 폐기물을 하나의 기회로 바꿔 사람들이 새로운 가치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샨카라푸르(Shankharapur)에 있는 여성 수공예가 분들의 이야기예요. 업사이클네팔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시면서 천을 분류하고 제품을 만드는 일을 담당하시는데요. 대부분 이전에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일용직에 종사한 분들이에요. 업사이클네팔에서 패브릭 분류·재단·재봉을 통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교육을 받고 새로운 기술을 익힌 분들인데요. 정기적인 수입과 함께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새로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해요. 교육에 참가하신 분 중에 이런 소회를 나눈 분도 계세요. ‘제가 그냥 버렸던 천이 이렇게 아름답고 쓰임 있는 물건이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어요. 이제는 제 두 손으로 폐기물을 줄이고 우리 가족을 부양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업사이클링이 친환경적인 활동이면서 준도시 지역에 있는 여성들에게 경제적 역량 강화의 기회가 된 것이죠. 


저희는 카트만두를 포함하여 여러 지역 정부와도 협력하고 있는데요. 의류 폐기물 관리 방법을 개선할 뿐 아니라 공공기관과 지역사회 기관 사이에 신뢰를 구축하는 데도 힘을 모았어요. 이전에는 섬유 폐기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주로 노천에 버려졌는데, 인식 개선 캠페인과 폐기물 수거 서비스를 통해 지역 정부에서도 기존의 폐기물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순환경제의 잠재력을 보고 있어요. 


최근에는 재사용 의류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최근 네팔에 중고 거래 문화가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과거에는 네팔 사람들 사이에서 “다른 사람이 입던 옷은 입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변화가 시작되었고, 네팔에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작년부터 새로운 중고 매장이 몇 군데 생겼는데, 옷뿐만 아니라 가방, 신발, 여행 가방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아직 품질까지는 세세하게 신경 쓰지 않고 들어오는 대로 다 진열하는 경우가 많지만 점차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재사용과 중고 거래 문화를 통한 순환패션 문화가 잘 적응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변화를 바라보고 있어요.


 업사이클네팔을 향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특히 젊은 세대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어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올리는 콘텐츠를 통해 응원해주는 분들과 옷을 처분하거나 기부하고 싶을 때  업사이클네팔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있다고 기뻐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동안 플라스틱, 종이, 전자제품 폐기물을 관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섬유 폐기물은 항상 소외되어 왔거든요. 그래서 섬유를 다루는 업사이클네팔을 보고 “이런 곳이 생기기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고 말해주는 분들이 많습니다. 미래에 협업하고 싶다며 연락처를 남기기도 하시고요. 이런 변화를 볼 때면 정말 즐거워요. 카트만두에서 먼저 시작되었지만 다른 지역으로도 분명히 확산되고 있어요. 


 저희도 최근에 의류 순환을 높이고자 기부물품 중 새것 같은 옷은 매장에서 판매를 시도하고 있는데 꽤 반응이 좋습니다. 브랜드가 있고 상태가 아주 좋은 제품, 예를 들어 가격표도 떼지 않고 기부된 새옷이나 더 이상 몸에 맞지 않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기부되는 옷이죠. 옷만 보러 매장에 방문하는 분들도 있어요. ‘여기서 재사용 의류를 구매하면 지구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너무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았어요!’ 라고 말씀해주신 분도 있고요. 재사용 의류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보자는 아이디어가 지역사회에 재사용과 의식 있는 소비를 촉진하는 운동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반응을 통해 방문할 수 있는 공간과 윤리적인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대안이 주어진다면 환경적 인식이 실질적인 생활 방식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변화를 만든다는 게 쉬운 길은 아니잖아요.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하는 일이 여전히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을 업사이클링 하기도 하지만, 입을 수 있는 옷은 필요한 분들에게 기부하고 있기도 해요. 홍수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옷뿐만 아니라 음식과 물, 현금, 혹은 의약품 같은 것을 전달하며 도움의 손길을 뻗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그 영향력 덕분에 계속 움직일 수 있었어요. 살아가면서 누구나 어려움을 겪잖아요. 우리도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고요. 그럼에도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과 작은 성공과 큰 성공을 모두 기뻐하는 마음이 우리를 계속 나아가게 해요. 어려움이 닥치면 스스로 해결해 보려 노력하고, 안 되면 조언을 구하기도 해요. 우리에게는 지속적인 지원과 동기부여를 해주는 훌륭한 자문단이 있거든요. ‘이런 분야를 탐색해 봐라’ 혹은 ‘이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해 봐라’ 같은 조언들이 큰 도움이 됩니다.

 지난 가을에 아름다운가게의 지원으로 싱가포르에 해외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잖아요. 오랫동안 바라던 일이었거든요. 연수로 만난 분들과 정보와 네트워크를 공유하며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는데요. 이렇게 서로 연결되고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자 이야기 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업사이클네팔에서 지금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 있나요?

 더 큰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원래는 여러 지역에 업사이클네팔 지사를 직접 열 계획이었는데요, 지금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 폐기물을 수거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해요. 업사이클링뿐 아니라 재활용, 기부, 그리고 다운사이클링하는 법 등 실제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죠. 


 인도 접경 지역에서는 많은 사람들과 소규모 조직이 폐기물을 수거하고 판매하고 있거든요. 인도에서 중고 의류 등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인 것 같은데, 많은 사람이 인도에 헐값으로 헌옷을 팔고 하루 먹고살만한 식비를 겨우 얻고 있어요. 이분들은 판매하는 물건의 가치를 모르고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으니, 브랜드 제품을 구분하고 품질을 통해 선별하는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해요. 그렇게 하면 수익을 높일 수 있고, 브랜드 중고 의류 등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며 의류 순환 활동이 확장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간단한 교육을 해드렸더니 직접 적용해보신 분들도 있었어요. 물품 분류 전략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전화를 주시기도 했답니다. 예전에는 색상 기준으로만 분류했거든요. 흰색이면 흰색끼리, 빨간색이면 빨간색끼리요. 품질이 어떤지, 어떤 종류의 옷인지는 상관하지 않았죠. 하지만 업사이클네팔이 옷의 종류, 브랜드, 품질, 그리고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알려준 후에는 색상 외에도 중고 거래를 위한 제대로 된 분류를 시도했습니다. 이를 통해 수익이 약 20% 정도 증가했다고 합니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어요. 초기 단계에서는 이런 작은 영향력이 정말 크게 작용해요. 우리가 직접 모든 곳에 가서 순환 시스템을 만들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죠. 업사이클네팔 혼자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지금은 이런 협업에 집중하고 있어요. 


업사이클네팔의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것과도 이어지는데요. 최근 업사이클네팔은 다른 사람들도 직접 재활용과 업사이클링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을 돕고 가르치면서 생기는 임팩트는 업사이클네팔 혼자 일할 때보다 훨씬 더 커요. 그래서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재활용하는 법을 가르치려고 노력해요. 여러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이나 교육 프로그램에 초대받아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재활용 산업이나 폐기물 산업에서 일하며 쓰레기를 줄이고 싶어 하는 조직이 정말 많거든요.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자원, 앞으로의 전망, 이 분야의 도전 과제와 해결 방법 등을 아낌없이 공유합니다. 만약 그들이 직접 만든 제품이 있다면 우리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하고요. 우리의 포트폴리오에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일지라도 실제 세상에서 더 큰 영향력이 만들어지고 있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책임은 우리 모두가 함께했을 때 더 큰 변화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지난번 UNDP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포카라 시 전역에서 7,000명의 학생이 모였는데요, 아이들이 정말 열정적으로 배우려 하더군요. 다들 노트를 꺼내 받아 적고 있었죠. 저희는 아이들에게 오늘 배운 내용을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께도 꼭 설명해드리라고 얘기했어요. 스티커 하나, 비닐봉투 하나라도 함부로 버리지 않거나 적게 사용하는 게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요. 학생 7,000명의 가족 중 두 분씩만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면 무려 14,000개를 아끼는 셈이니까요. 아주 소수라도 이 이야기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학생이 있다면 거기서 변화가 시작된다고 믿어요. 아이들이 바로 그 변화를 가져올 미래니까요.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기에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과 조직이 일상에서 재사용을 실천하고, 재활용과 업사이클링을 통해 폐기물을 줄일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졸업한 펠로우로서, 향후 펠로우십 지원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여러분에게 찾아올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만약 아름다운가게 펠로우십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면, 망설이지 마세요. 좋은 동료를 만나고 2년간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특히 이제 사업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더 큰 성장과 기회를 찾는 분들에게는 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재정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도 지속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펠로우로 보낼 2년을 계획하고 자신의 활동을 기록하며 함께 성장하는 건 정말 멋진 경험이에요. 여러분은 기업가로서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성장할 것이고, 무엇보다 한국에 새로운 가족이 생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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